(서울=연합뉴스) 강다현 인턴기자 = "코로나 (사태) 전만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물건을 팔면서 돈을 만들려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요. 코로나가 중고거래 시장을 이렇게 바꿀 줄은 몰랐어요."
지난 9일 저녁 8시께 종로구 한 지하철역 앞에서 만난 중고물품 판매자 장모(28)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중고거래가 활성화되고 있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장씨는 "2년 전 중고거래 사이트를 가입만 하고 사용하지 않다가 한 달 전에 언니가 중고마켓 앱을 추천해주며 '몇 번 쓰다 만 안경테도 금방 팔린다'고 해서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며 "필요하지 않거나 쓰지 않는 물건을 필요한 사람한테 돈을 받고 팔수 있어 이득인 것 같다"고 했다.
코로나19로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중고거래를 통해 부외수입과 실용적 소비를 추구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중고거래 앱인 '당근마켓' 사용자는 작년 5월 241만 명에서 올 5월 679만 명으로 182% 급증했다.
중고거래 판매자들은 필요하지 않은 물품을 적정한 가격에 팔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한다.
10일 오후 6시께 만난 판매자 구모(30대 후반)씨는 "집에만 있으니 혹시라도 팔 물건이 있는지 살펴보게 된다"며 "용돈 벌이 정도 수입은 돼 나름 쏠쏠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구매자들도 값싼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다.
11일 중고거래 앱을 통해 원피스를 구매했다는 김모(49)씨는 "밖을 많이 나갈 수 없게 되다 보니 휴대전화를 통해 쇼핑을 시작했다"며 "중고물품 중에서도 상태가 괜찮은 것들이 많아 절약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비대면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등 중고물품 매매에도 변화가 생겼다.
11일 오후 2시께 만난 판매자 최모(37)씨는 "중고로 장난감이나 카시트 등을 구매할 때 1천800원 정도 하는 편의점 택배를 통해 비대면으로 거래하려고 한다"며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는 직거래보다 택배로 물건을 보내는 거래 방식이 늘어난 걸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고거래가 증가하면서 사기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도 커졌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작년 전자거래 분쟁 상담·조정 신청 건수는 총 2만845건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중고거래 플랫폼 앱이나 사이트에 '사기'나 '사기꾼'이라는 단어를 치면 '사기꾼 예방 차원에서 글 올립니다', '구매 사기꾼 조심하세요' 등 게시글을 다수 발견할 수 있다. 중고거래와 관련한 사기는 대부분 현금 입금을 먼저 유도한 뒤 물건을 보내지 않고 잠적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이달 초 90만원 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윤모(47)씨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빈티지 음악 앰프가 싸게 책정된 것을 보고 돈을 보냈지만 판매자와 연락이 끊겼다"며 "피해 구제를 받을 곳이 없고 사기범이 잡힐 가능성이 크지 않아 막막하다"고 말했다.
30만원 사기 피해를 봤다는 박모(49)씨 역시 "정가로 80만원 정도 하는 핸드폰 공기계가 중고가 30만원으로 싸길래 순간 혹해서 돈을 입금했다"며 "민사소송이나 고소를 하고 싶어도 변호사 수임비가 부담돼 포기한 채 경찰 수사 결과만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중고거래가 트렌드로 자리 잡힐 것이라며 수요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고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 상황이 악화해 중고물품을 통해 정가보다 싸게 사려는 수요가 늘어났다"며 "코로나19 영향으로 직접 매장에 들러 물품을 파악해야 하는 오프라인 구매보다 온라인으로 물품을 고를 수 있는 언택트(비대면) 거래가 '뉴노멀'(새로운 일상) 시대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고물품에 대한 선호는 경제 불황일 때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코로나19로 가처분소득이 감소했고, 중고거래를 원활히 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이 발달하면서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중고거래) 사기 건수가 높아지면서 수요자와 공급자 간 도덕적 해이 역시 커지고 있다"며 "중고 중개업체 등 플랫폼 기업들이 사기를 방지하는 보험을 들어 미연에 방지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존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해 소비자 권익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전자거래과 관계자는 "중고거래 관련 사기 피해는 한국소비자원을 통해 분쟁 조정을 받는 등 보호 정책이 마련돼 있다"며 "중개업체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하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시정 조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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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0년06월13일 07시00분 송고